벽도 문도 없다? 부산 광안리 화제의 주택 "정, 은설" (광안리 은빛 단독주택)
한적한 정취를 풍기는 구도심,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있는 주택가.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 은빛 건물 한 채가 있다.
겉에서 보면 미술 갤러리나 카페를 연상시킨다. 부부와 두 아이,반려견 모모와 아드가 함께 사는 '정,은설'이다.
아이들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은설'이고,앞의 '정'은 '우물 정' 자다.
집이 들어설 사이트는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곳으로 광안리 해변과 멀지 않다.
단독주택이 많이 들어선 구도심으로 다소 쇠락한 느낌이 있었지만, 주택가 특유의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하지만 약 45평 규모의 경사지 땅은 몇 가지 선천적인 한계가 있었는데 바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건축가 정영한은 장소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한계에 대응하고, 한편으로 주택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프라이버시를 새롭게
정의하고 싶어했다. 건물 정면은 창의 기능을 최소화하여 다소 폐쇄적인 입면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이와 반대로 내부는
개방성을 높이는것에 신경을 썼다. 최소의 창과 루버를 이용한 가벽을 설치해 주변의 다소 혼재한 상황에 대응하고자 했다..
밖에서 보면 층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부를 감추고 있지만 이는 내부에 들어섰을 때 개방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통 주택에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나 목구조를 사용하는데 이 주택은 철골구조를 사용했다. 스틸 구조는 주로 공장이나
창고와 같은 산업 시설에 사용하고 다소 공업적인 느낌이 있어 주택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가늘고 긴
철골 구조를 사용했고, 덕분에 자유로운 평면과 공간설계가가능했다고 한다.
평면을 '우물 정'자를 닮은 9분할로 계획한 것또한 개방감에 일조한것이다. 9개로 분할된 평면을 일종의 '부유하는 바닥들'
로 나누고, 수직으로 보았을 때 단면들이 각기 다른 위치에 놓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설계를 가능하게 하려면
철골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필연적이었다.
이 집은 화장실처럼 위생을 해결하는 공간을 빼고는 벽이나 문이 없고 활짝 열린 구조다. 이 집에서 살아가는 사용자가 살아가면서
사적인 공간을 능동적으로 만들고 찾아가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었고, 그래서 바닥의 높이가 다름에 따라 공간이 저절로 나뉘고
벽이나 문 엎이 공간을 나눌 수 있는 특별한 방식을 제안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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